본문 바로가기
시와 함께/작가별 시

김소월 시 모음

by MrPaver 2020. 1. 5.

작가소개


 김소월은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입니다.
 본명은 김정식(金廷湜)이지만, 호인 소월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김소월 이라는 이름은 어렸을 때 살았던 집 뒷산이 소(素)산이고 그 산에 밤마다 뜨는 달이 좋아, 소월이라 지었다고 합니다.
서구 문학이 소개되던 시대에 민족 고유의 정서에 기반을 둔 시를 쓴 민족 시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집 '진달래꽃'은 민족 고유의 한과 소월 개인적 체험인 설움의 정서를 바탕으로, 음수율을 살려 23세 때 완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출처 - https://ko.m.wikisource.org/wiki/저자:김소월)

 

 

김소월의 일생

 

 김소월은 1902년 평안북도 구성군에서 태어났습니다. 2세때 일본인들의 폭행으로 아버지를 여의고, 광산을 운영하고 있었던 소월의 할아버지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고 숙모 계희영에게서 전래동화나 민요를 들으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후 소월은 남산보통학교를 입학, 졸업하고 1915년 오산학교로 진학합니다. 오산학교 재학 도중인 1916년 할아버지의 주선으로 14세의 나이에 할아버지의 친구였던 홍명희의 딸 홍단실과 결혼했으며 상급 학교로 진학하지 못하고 3년간 농사일을 거들게 됩니다. 그의 재능을 아깝게 여긴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1917년 오산학교 중학부에 입학해 수학하던 중 은사인 김억을 만나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산학교를 다니던 1919년 3월 3·1운동이 일어나자 동급생들과 함께 만세 운동에 참여해 학업을 중단하게 되고 오산학교도 임시 폐교 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

 

 한 편 같은 시기 소월은 오산학교에서 같이 수업을 받던 오순이라는 이름의 여성과 교제를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소월은 이미 홍단실과 결혼을 한 상태였고 결국 두 사람의 인연은 오순이 시집을 가게됨으로서 끊어지죠. 오순은 19세의 나이로 결혼하게 되는데 의처증이 심했던 남편의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22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김소월의 대표시 중 하나인 <초혼>은 오순의 장례식에 참석한 직후 쓰여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월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탄식하면서 김억에게 배운 시 작법으로 많은 양의 시를 쓰게 되는데 이들 시는 훗날 소월 생전에 낸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에 실려서 김소월의 대표적인 서정시들로 자리잡게 되었씁니다.

 

 1920년 스승인 김억의 주선으로 ≪창조≫에 <낭인의 봄> 등의 시를 소월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때 발표한 작품은 <낭인(浪人)의 봄>, <야(夜)의 우적(雨滴)>, <오과(午過)의 읍(泣)>, <그리워>, <춘강(春崗)> 등 다섯 편이고 그 후 ≪학생계≫, ≪동아일보≫ 등에 작품을 발표했으나 소월은 이 초기의 작품들을 시집에는 수록하지 않습니다.

 

 소월은 오산학교에 이어 학업을 마치기 위해서 서울로 이주해 1922년 4월에 배재고등보통학교 4학년으로 편입했습니다. 1923년 3월에 배재고보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상과대학 예과에 입학했으나 학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이 있었고 9월 간토대지진이 일어나자 10월에 고향 정주로 돌아옵니다.

 

 1924년에 김동인, 이광수, 김억, 주요한, 김찬영, 전영택, 오천석 등과 함께 ≪영대≫의 동인으로 참여했으며 1925년 12월 26일 자로 시집 ≪진달래꽃≫을 간행합니다.

 

 1924년 이후에는 그의 처가가 있는 평안북도 구성군 남시로 이주해 할아버지의 광산 경영을 도왔으나 망하고 할아버지의 집에서 독립하여 동아일보 지국을 열고 시 창작을 잠시 중단하면서까지 신문배포, 수금, 경영 모두를 혼자 도맡아서 했을 정도로 돈을 벌기 위해 애썼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중들의 신문에 대한 무관심, 일제의 방해 등이 겹쳐 문을 닫게 됩니다. 신문사가 문을 닫은 이후 소월은 극도의 빈곤에 시달리며 술에 의지했고 아내에게 살아 봐야 낙이 없으니 같이 죽자는 말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1934년 12월 23일 밤에도 술에 취해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남편이 괴로워하는 소리를 잠결에 듣고 불을 켜 보니 아편 덩어리를 입가에 흘린 채 죽어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김소월은 안타깝게도 33세 되던 1934년 12월 24일 요절했습니다.

 

김소월의 시세계

 

 민요 시인으로 등단한 소월은 전통적인 한(恨)의 정서를 여성적 정조(情調)로 민요적 율조와 민중적 정감을 표출하였습니다.
 생에 대한 깨달음은 ‘산유화’·‘첫치마’·‘금잔디’·‘달맞이’ 등에서 피고 지는 꽃의 생명 원리, 태어나고 죽는 인생 원리, 생성하고 소멸하는 존재 원리에 관한 통찰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시 ‘진달래꽃’·‘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먼 후일’·‘꽃촉불 켜는 밤’·‘못 잊어’ 등에서는 만나고 떠나는 사랑의 원리를 통한 삶의 인식을 보여줌으로써 단순한 민요 시인의 차원을 넘어서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에 대한 인식은 시론 ‘시혼’에서 역설적 상황을 지닌 ‘음영의 시학’이라는, 상징 시학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집 <진달래꽃> 이후의 후기 시에서는 현실 인식과 민족주의적인 색채가 강하게 부각됩니다.
 민족혼에 대한 신뢰와 현실 긍정적인 경향을 보인 시로는 ‘들도리’(1925)‘·‘건강한 잠’(1934)·‘상쾌한 아침’(1934)을 들 수 있고 삶의 고뇌를 노래한 시로는 ‘돈과 밥과 맘과 들’(1926)·‘팔벼개노래’(1927)·‘돈타령’(1934)·‘삼수갑산’·‘차안서선생삼수갑산운(次岸曙先生三水甲山韻)’(1934)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시의 율격은 3음보 격을 지닌 7·5조의 정형시로서 자수율보다는 호흡률을 통해 자유롭게 성공시켰으며, 민요적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 독창적인 율격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임을 그리워하는 여성 화자의 목소리를 통하여 향토적 소재와 설화적 내용을 민요적 기법으로 표현함으로써 민족적 정감을 눈뜨게 하였습니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다백과사전)


<김소월 시 모음>

 

 

가는 길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김소월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져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다 당신 때문에 있습니다.

다시는, 나의 이러한 맘뿐은, 때가 되면,
그림자 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

오오, 나의 애인이었던 당신이여.

 

 

 

풀 따기

김소월

우리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울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 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엾는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진달래 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접동새

김소월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나라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 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가을 저녁에

김소월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 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 놀이 잦을 때.

 

 

 

금잔디

김소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먼 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바람과 봄

김소월

봄에 부는 바람 바람 부는 봄
작은 가지 흔들리는 부는 봄바람
내 가슴 흔들리는 바람 부는 봄
봄이라 바람이라 이 내 몸에는
꽃이라 술盞이라 하며 우노라.

 

 

 

부모 어머니

김소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보랴?

 

 

 

山有花 (산유화)

김소월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누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갈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밟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기회

 

김소월

 

강 위에 다리는 놓였던 것을!

건너가지 않고서 바재는 동안

때의 거친 물결은 볼 새도 없이

다리를 무너치고 흘렀습니다.

 

먼저 건넌 당신이 어서 오라고

그만큼 부르실 때 왜 못 갔던가!

당신과 나는 그만 이편 저편서

때때로 울며 바랄 뿐입니다

 

 

 

가막 덤불

김소월

산에 가시나무
가막덤불은
덤뿔 덤불 산마루로
벋어 올랐소

산에는 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바로 말로
집도 있는 내 몸이라오

길에는 혼잣몸의
홑옷 자락은
하룻밤 눈물에는
젖기도 했소

산에는 가시나무
가막덤불은
덤불덤불 산마루로
벋어 올랐소.

 

 

 

하다 못해 죽어 달려가 올라

김소월


아주 나는 바랄 것 더 없노라
빛이랴 허공이랴,
소리만 남은 내 노래를
바람에나 띄워서 보낼밖에.
하다 못해 죽어 달려가 올라
좀더 높은 데서나 보았으면!

한세상 다 살아도
살은 뒤 없을 것을,
내가 다 아노라 지금까지
살아서 이만큼 자랐으니.
예전에 지나 본 모든 일을
살았다고 이를 수 있을진댄!

물가의 닳아져 널린 굴꺼풀에
붉은 가시덤불 뻗어 늙고
어득어득 저문 날을
비바람에 울지는 돌무더기
하다 못해 죽어 달려가 올라
밤의 고요한 때라도 지켰으면

 

 

 

팔베개 노래

김소월

첫날에 길동무
만나기 쉬운가
가다가 만나서
길동무되지요.

날 긇다 말아라
가장님만 님이랴
오다가다 만나도
정붙이면 님이지.

화문석(花紋席) 돗자리
놋촉대 그늘엔
칠십년 고락을
다짐 둔 팔베개.

드나는 곁방의
미닫이 소리라
우리는 하룻밤
빌어 얻은 팔베개.

조선의 강산아
네가 그리 좁더냐
삼천리서도(西道)를
끝까지 왔노라.

삼천리 서도를
내가 여기 왜 왔나
남포(南浦)의 사공님
날 실어다 주었소.

집 뒷산 솔밭에
버섯 따던 동무야
어느 뉘집 가문에
시집 가서 사느냐.

영남의 진주(晋州)는
자라난 내 고향
부모 없는
고향이라우.

오늘은 하룻밤
단잠의 팔베개
내일은 상사(相思)의
거문고 베개라.

첫닭아 꼬끼요
목놓지 말아라
품속에 있던 님
길채비 차릴라.

두루두루 살펴도
금강 단발령 (金剛 斷髮嶺)
고갯길도 없는 몸
나는 어찌 하라우.

영남의 진주는
자라난 내 고향
돌아갈 고향은
우리 님의 팔베개.

 

 

 

왕십리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이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상 마루에 걸려서 운다.

 

 

 

가을 저녁에

김소월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 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 놀이 잦을 때.

 

 

 

고적한 날

김소월

당신님의 편지를
받은 그 날로
서러운 풍설이 돌았습니다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언제나 꿈꾸며 생각하라는
그 말씀인 줄 압니다
흘려 쓰신 글씨나마
언문 글자로
눈물이라고 적어 보내셨지요.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뜨거운 눈물 방울방울 흘리며,
마음 곱게 읽어달라는 말씀이지요.

 

 

 



김소월

어제도 하루 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김소월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님에게

김소월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축업은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낯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 저무는 갓 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들에 헤메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 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축업은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동경하는 여인

김소월

너의 붉고 부드러운
그 입술에 보다
너의 아름답고 깨끗한
그 혼에다
나는 뜨거운 키스를......
내 생명의 굳센 운율은
너의 조그마한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등불과 마주 앉았으려면

김소월

적적히
다만 밝은 등불과 마주앉았으려면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울고만 싶습니다,
왜 그런지야 알 사람이 없겠습니다마는,
어두운 밤에 홀로이 누웠으려면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울고만 싶습니다.
왜 그런지야 알 사람도 없겠습니다마는,
탓을 하자면 무엇이라 말할 수는 있겠습니까마는.

 

 

 

못잊어

김소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료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마지막으로 시인 김소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글이 있어 링크하나 남깁니다.

 

https://1boon.kakao.com/ziksir/5a41dc646a8e5100017ac2b2

 

우리는 시인 김소월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1934년 12월 24일, 김소월 서른둘에 지다.

1boon.kakao.com

 

'시와 함께 > 작가별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용택 시 모음  (0) 2020.01.01
박목월 시 모음  (0) 2019.12.31
안도현 시 모음  (1) 2019.12.30
조지훈 시 모음  (0) 2019.12.29
나태주 시모음  (0) 2019.12.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