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 1945년 출생
-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이 됨
- 초등학교 다닐 때의 꿈은 화가였으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예쁜 여학생을 만난 뒤로는 꿈이 시인으로 바뀌었음
- 그로부터 60년 끝없이 시인을 꿈꾸며 살고 있음
- 초등학교에서 43년간 교직 생활을 하다가 2007년 정년퇴임
- 8년 동안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했으며 현재는 공주에서 살면서 공주풀꽃문학관을 설립, 운영하며 풀꽃문학상을 제정, 시상하고 있음
나태주 시인이 요즘 주로 하는 일은 문학강연, 글쓰기, 풀꽃문학관에서 방문객 만나기, 화단 가꾸기 등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첫 시집 『대숲 아래서』부터 『마음이 살짝 기운다』까지 41권의 창작시집이 있고,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를 비롯하여 산문집, 시화집, 동화집 등 100여 권이 있습니다. 흙의문학상, 박용래문학상, 편운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받았고, 충남문인협회 회장, 충남시인협회 회장, 공주문인협회 회장, 공주녹색연합 초대대표,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1963년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43년 동안 초등학교 교단에 몸담았으며, 2007년 정년 퇴임한 후 8년 동안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시절 그에기는 세 가지 소원이 있었습니다. 첫째가 시인이 되는 것이었고, 둘째가 좋은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었고, 셋째가 공주에 사는 것이었는데 나태주 시인은 오늘날 그 소원을 모두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YES24 작가파일)
<나태주 시모음>
그리움
나태주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당신을 알고부터 시작된 행복
나태주
나의 삶에 지치고 힘들때 언제든지
찾아가 엉켜진 모든짐을 내려놓을수있는
당신을 알게되어 행복합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행복한날이
내생애 몇날이나 있을런지
하루살이 인생 이라면 그 하루의 전부를
주저없이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하루살이처럼 오늘만 살고 간다면
당신 허락없이 내 맘대로
당신을 사랑하다 가겠습니다.
세월이 말없이 흘러 가는것처럼
내마음은 큰 강물이 되어
당신에게로 흘러갑니다.
나는 당신 사랑해도 되냐고
묻지 않겠습니다.
나보더 훨씬 먼저
당신이 나를 사랑했기 때문이죠.
이 세상 끝은 어디쯤일까?
궁금해 하지도 않겠습니다.
당신과 함께 가는길은
시작과 끝이 같으니까요
당신을 알고부터 시작된 행복
이제는
매일 당신과 함께
호흡함에 행복합니다.
무인도
나태주
바다에 가서 며칠
섬을 보고 왔더니
아내가 섬이 되어 있었다
섬 가운데서도
무인도가 되어 있었다
행복
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욕심
나태주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비어 있는 나의 잔
다 알아서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투정을 부리지 말아야지
나의 자리 낮음과
가난함과
나약함과
무능함
괜찮다 괜찮다
고개 끄득여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안부
나태주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비에 젖은 풀잎을
나태주
비에 젖은 풀잎을 밟고 오시는 당신의 맨발
빗소리와 빗소리 사이를 빠져나가는 당신의 나신
종아리에 핏빛 여린 생채기 진다.
가슴팍에 예쁜 핏빛 무늬가 선다.
부탁
나태주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
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
까지만 가거라.
돌아올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대숲 아래서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다시 9월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 오래 그리고 많이.
개나리 꽃대에
나태주
개나리 꽃대에 노랑불이 붙었다. 활활.
개나리 가늘은 꽃대를 타고 올라가면
아슬아슬 하늘 나라까지라도 올라가 볼 듯
심청이와 흥부네가 사는 동네 올라가 볼 듯
똥풀꽃
나태주
방가지똥풀꽃
애기똥풀꽃
가만히 이름을 불러 보면
따뜻해지는 가슴
정다워지는 입술
어떻게들 살아 왔니?
어떻게들 이름이나마 간직하며
견뎌 왔니?
못났기에 정다워지는 이름
방가지똥풀꽃
애기똥풀꽃
혹은 쥐똥나무,
가만히 이름 불러 보면
떨려 오는 가슴
안쓰러움은 밀물의
어깨.
사는 일이란
나태주
아,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잘 보냈구나
저녁 어스름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며 다시
너를 생각한다
오늘도 잘 냈겠지
생각만으로도 내 가슴은
꽃밭이 되고 너는 제일로
곱고도 예쁜 꽃으로 피어난다
저녁노을이
자전거 바퀴 살에 휘어 감기며
지친 바람이 어깨를 스쳐도
나는 여전히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생각
그 생각만으로도 나는
다시금 꿈을 꾸고 내일을
발돋움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 내일도 부디 잘 지내기를
아무 일 없기를
어두워 오는 하늘에도
길가의 나무와 풀에게도
빌어본다
사는 일이란 이렇게얹나
애달프고 가엾은 것이란다.
틀렸다
외로운 사람
나태주
전화 걸때마다
꼬박꼬박 전화를 받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입니다..
불러주는 사람 별로 없고
세상과의 약속도 별로 많지 않은
사람이 분명하니까요
전화 걸때마다
한 번도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은
더욱 외로운 사람입니다.
아예 전화기가 멀리 떨어져
새 소리나 바람소리.
물소리 길을 따라가며
흰 구름이나 바라보고 있는
그런 사람이 분명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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