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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작가별 시

서정주 시 모음

by MrPaver 2019. 12. 29.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정주

- 대한민국의 시인
- 호는 미당(未堂)
- 화사집을 냈을 무렵 궁발(窮髮)이라는 호도 사용 - 탁월한 언어 감각과 전통 소재의 활발한 활용으로 대한민국 문학계(특히 현대시)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목
- 친일, 친독재 행위와 반인륜 범죄에 대한 미화 때문에 기회주의적 어용 문인의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과 반인륜적이라는 비판이 있음
- 친일 전력이 있는 문학가의 글은 교과서나 참고서에 되도록 싣지 않으니 서정주의 글이 뛰어나고 중요성이 높다 보니 때때로 실리기도 함

(출처 - 나무위키)

 

서정주의 생애(서정주의 삶)

1915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소년 시절에 한학을 배우다가 중앙고보와 고창고보에서 수학하였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이 당선되고, 김동리‧함형수 등과 함께 시동인지 「시인부락」을 창간하면서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하였다. 해방 후에는 조선청년문학가협회 결성에 앞장섰으며, 1949년 한국문인협회 창립을 주도하고 1954년에는 예술원 종신회원으로 추대되었고, 줄곧 동국대학교에서 시문학을 강의하였다.
서정주의 초기 시는 보들레르의 영향을 받아 악마적이며 원색적인 시풍을 보여주고 있다. 첫 시집 「화사집」에서 잘 드러나듯이 토속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여 인간의 원죄의식과 원초적인 생명력을 읊는 것이다. 하지만, 해방이 되면서 인간의 운명적 업고(業苦)에 대한 인식은 동양적인 사상의 세례를 받아 영겁의 생명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 시기의 시집 「귀촉도」는 표제시에 있어서부터 동양적인 귀의를 시사해주는 것으로, 토착적인 정서와 고전적인 격조에의 지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시기부터 그의 경향은 초기의 악마주의적인 생리에서 벗어나 동양적인 사상으로 접근하여 영겁의 생명을 추구하는 인생파의 시인으로 자리잡게 된다. 《귀촉도》는 표제시에 있어서부터 동양적인 귀의를 시사해주는 것으로, 왕위를 잃고 죽어서 두견이 된 제왕의 전설은 슬픔으로써 슬픔을 초월하는 것에 대한 거의 원형적인 이야기이다. 이러한 그의 화해의 테마로의 전환은 갈등과 화해라는 심리적 리듬 외에도 한국의 전통적 정신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의 시는 분열이 아니라 화해를 주제로 한다.
1956년에 간행된 「서정주시선」에서는 「풀리는 한강 가에서」, 「상리과원」 등의 작품으로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한과 자연과의 화해를 읊었고, 「학」, 「기도」 등의 작품에서 원숙한 자기 통찰과 달관을 보여주고 있다. 서정주의 시는 「신라초」에 이르면서 새로운 정신적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그에게 있어 초월적인 비전의 신화적인 거점이 되고 있는 신라는 역사적인 실체라기보다는 인간과 자연이 완전히 하나가 된 상상의 고향과도 같다.
서정주는 「신라초」에서 불교사상에 기초를 둔 신라의 설화를 제재로 하여 영원회귀의 이념과 선(禪)의 정서를 부활시켰던 것이다. 1969년에 나온 시집 「동천」에서는 불교의 상징세계에 대한 관심이 엿보인다. 「질마재 신화」는 시인 자신의 유년기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질마재에 얽힌 사연들을 이야기하듯이 풀어내고 있다. 「떠돌이의 시」에서는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 등에 공감하는 시인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서정주는 생의 본질적 문제들을 탐구함으로써 존재의 영원성에 도달하고자 하였으며, 언어 미학의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초기에는 대지적 존재로서 인간의 조건과 본능의 몸부림을 보들레르적 탐미주의로 승화시키려 했으나 이의 한계를 깨닫고 곧 동양의 영원주의로 회귀한다. 중기 이후에 그가 몰두했던 신라정신과 신화 혹은 설화적 세계는 바로 그의 이와 같은 정신편력을 보여주는 것들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탁월한 상상력과 뛰어난 언어의 감수성이 빚어낸 작품의 문학적 완결성이라 할 것이다. 서정주의 시 세계는 전통적인 서정세계에 대한 관심에 바탕을 두고 토착적인 언어의 시적 세련을 달성하였다는 점, 시 형태의 균형과 질서가 내재된 율조로부터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있는 점등이 커다란 성과로 평가된다. 1972년 일지사에서 「서정주 문학 전집」(전5권)을 간행하였으며, 1994년 민음사에서 「미당 시 전집」이 나왔다.

(출처 - http://ko.kliterature.wikidok.net/wp-d/5be14c88871182e463a1bb23/View)

 




서정주

가신 이들의 헐떡이던 숨결로
곱게 곱게 씻기운 꽃이 피었다

흐트러진 머리털 그냥 그대로,
그 몸짓 그 음성 그냥 그대로,
옛사람의 노래는 여기 있어라.

오 ∼ 그 기름 묻은 머릿박 낱낱이 더위
땀 흘리고 간 옛사람들의
노랫소리는 하늘 우에 있어라

쉬여 가자 벗이여 쉬여서 가자
여기 새로 핀 크낙한 꽃 그늘에
벗이여 우리도 쉬여서 가자

맞나는 샘물마닥 목을 축이며
이끼 낀 바윗돌에 턱을 고이고
자칫하면 다시 못볼 하늘을 보자

 

 

첫사랑의 詩

서정주

초등학교 3학년때
나는 열두살이었는데요.
우리 이쁜 여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해서요.
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깍고,
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
그러면서 산에가선 산돌을 줏어다가
국화밑에 놓아 두곤
날마다 물을 주어 길렀어요.

 

 

질마재의 노래

서정주

세상 일 고단해서 지칠 때마다,
댓잎으로 말아 부는 피리 소리로
앳되고도 싱싱히는 나를 부르는
질마재. 질마재. 고향 질마재.

소나무에 바람 소리 바로 그대로
한숨 쉬다 돌아가신 할머님 마을.
지붕 위에 바가지꽃 그 하얀 웃음
나를 부르네. 나를 부르네.

도라지꽃 모양으로 가서 살리요?
칡넌출 뻗어가듯 가서 살리요?
솔바람에 이 숨결도 포개어 살다
질마재 그 하늘에 푸르를리요?

 

 

화사(花蛇)

성정주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날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芳草)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보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가벼히

서정주

애인이여
너를 맞날 약속을 인젠 그만 어기고
도중에서
한눈이나 좀 팔고 놀다 가기로 한다.
너 대신
무슨 풀잎사귀나 하나
가벼히 생각하면서
너와 나 새이
절깐을 ?더래도
가벼히 한눈 파는
풀잎사귀 절이나 하나 ?어 놓고 가려한다.

 

 

피는 꽃

서정주

사발에 냉수도
부셔 버리고
빈 그릇만 남겨요.
아주 엷은 구름하고도 이별 해 버려요.
햇볕에 새 붉은 꽃 피어 나지만
이것은 그저 한낱 당신 눈의 그늘일 뿐,
두 번짼가 세 번 째로 접히는 그늘일뿐,
당신 눈의 작디 작은 그늘일 뿐이어니......

 

 

추일미음(秋日微吟)

서정주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촉계는 붉은 물이 들었지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안해박은 뜰 안에 큰 주먹처럼 놓이고
타래박은 뜰 밖에 작은 주먹처럼 놓였다만
내 주먹은 어디다가 놓았으면 좋을꼬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추석

서정주

대추 물 들이는 햇볕에
눈 맞추어
두었던 눈썹.

고향 떠나올 때
가슴에 끄리고 왔던 눈썹.

열두 자루 匕首 밑에
숨기어져
살던 눈썹.

匕首를 다 녹슬어
시궁장에
버리던 날,

삼시 세끼 굶는 날에
역력하던
너의 눈썹.

안심찮아
먼 산 바위
박아 넣어두었더니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추석이라
밝은 달아

너 어느 골방에서
한잠도 안 자고 앉었다가
그 눈썹 꺼내들고
기왓장 넘어 오는고.

 

 

가을비 소리

서정주

단풍에 가을비 내리는 소리
늙고 병든 가슴에 울리는구나.
뼈다귀 속까지 울리는구나.
저승에 계신 아버지 생각하며
내가 듣고 있는 가을비 소리.
손톱이 나와 비슷하게 생겼던
아버지 귀신과 둘이서 듣는
단풍에 가을비 가을비 소리!

 

 

견우의 노래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가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홈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 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연 허이연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칠석이 돌아 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꽃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젓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임아

 

 

기다림

성정주

내 기다림은 끝났다.
내 기다리던 마지막 사람이
이 대추 굽이를 넘어간 뒤
인젠 내게는 기다릴 사람이 없으니.

지나간 小滿의 때와 맑은 가을날들을
내 이승의 꿈잎사귀, 보람의 열매였던
이 대추나무를
인제는 저승 쪽으로 들이밀꺼나.
내 기다림은 끝났다.

 

 

꽃피는 것 기특해라

서정주

봄이 와 햇빛 속에 꽃피는 것 기특해라
꽃나무에 붉고 흰 꽃 피는 것 기특해라
눈에 삼삼 어리어 물가으로 가면은
가슴에도 수부룩히 드리우노니
봄날에 꽃피는 것 기특하여라.

 

 

눈물나네

서정주

눈물 나네 눈물 나네
눈물이 다 나오시네.
이 서울 하늘에
오랜만에 흰 구름 보니
눈물이 다 나오시네.

이틀의 연휴에
공장 쉬고
차 빠져나가
이 서울 하늘에도
참 오랜만에
검은 구름 걷히고
흰 구름이 떠보이니
두 눈에서
눈물이 다 나오시네.

 

 

늙은 사내의 詩

서정주

내 나이 80을 넘었으니
시를 못쓰는 날은
늙은 내 할망구의 손톱이나 깍어주자
발톱도 또 이쁘게 깍어주자
훈장 여편네로 고생살이 하기에
거칠대로 거칠어진 아내 손발의
손톱 발톱이나 이뿌게 깍어주자
내 시에 나오는 초승달같은
아내 손톱밑에 아직도 떠오르는
초사흘 달 바래보며 마음달래자
마음달래자 마음달래자

 

 

밤이 깊으면

서정주

밤이 깊으면 淑숙아 너를 생각한다. 달래마눌같이 쬐그만 淑숙아
너의 全身전신을,
낭자언저리, 눈언저리, 코언저리, 허리언저리,
키와 머리털과 목아지의 기럭시를
유난히도 가늘든 그 목아지의 기럭시를
그 속에서 울려나오는 서러운 음성을

서러운서러운 옛날말로 우름우는 한마리의 버꾸기새.
그굳은 바윗속에, 황土황토밭우에,
고이는 우물물과 낡은時計시계ㅅ소리 時計의 바늘소리
허무러진 돌무덱이우에 어머니의時體시체우에 부어오른 네 눈망울우에
빠앍안 노을을남기우며 해는 날마닥 떳다가는 떠러지고
오직 한결 어둠만이적시우는 너의 五藏六腑오장육부. 그러헌 너의 空腹.공복

뒤안 솔밭의 솔나무가지를,
거기 감기는 누우런 새끼줄을,
엉기는 먹구름을, 먹구름먹구름속에서 내이름ㅅ字자부르는 소리를,
꽃의 이름처럼연겊어서연겊어서부르는소리를,
혹은 그러헌 너의 絶命절명을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하지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 애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려 가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 두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자화상(自畵像)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甲午年)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입맞춤

성정주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콩밭 속으로만 작구 다라나고
울타리는 막우 자빠트려 노코
오라고 오라고 오라고만 그러면

사랑 사랑의 石榴석류꽃 낭기 낭기
하누바람 이랑 별이 모다 웃습네요
풋풋한 山노루떼 언덕마다 한마릿식
개고리는 개고리와 머구리는 머구리와

구비 江물은 西天으로 흘러 나려...

땅에 긴 긴 입마춤은 오오 몸서리친
쑥니풀 지근지근 니빨이 히허여케
즘생스런 우슴은 달드라 달드라 우름가치
달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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