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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의경 이야기

군대에 대한 생각

by MrPaver 2019. 12. 28.

 길고 긴 군생활이 끝났다. 혹자는 "군생활이 생각보다 빨리 갔다.", "군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난 후에 과거를 돌아보며 할 수 있는 말들이다. 군복무 시간이 길고 소모적인 것은 사실이다.


 나는 의무경찰, 소위 의경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흔히 ‘의경은 꿀이다.’라고 말하지만 군복무의 형태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남자로서 군대라는 곳에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은 큰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군대에서 있는 시간이 완전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분명 얻는 것도 많다. 나에게도 군생활을 통해 얻는 것들이 많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정지없이 달려온 내 인생에서 잠시 멈춰서서 내가 살아온 길과 앞으로 살아갈 길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다양한 책들을 읽거나 하고싶은 공부도 해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계급사회에서 관계맺는 법, 원하지 않더라도 타협하고 양보하는 법,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 부당한 일 속에서도 참고 표현하지 않는 법 등과 같은 살아가며 맺는 인관관계에서 필요한 깨달음 들과 내적인 성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군대를 이미 갔다온 사람으로서 이런 생각이 든다. 그것들은 과연 군대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과 깨달음인가? 사회에 있었다면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더 다양하게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지 않을까? 만약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라면 군대를 가지 않은 여자들이나 군면제자와는 삶에서, 인성에서 차이가 있어야하는 것이 아닌가?(군 가산점, 군 기여금 같은 군인 특혜 제도나 군인에 대한 대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군복무 동안 많은 깨달음이 있고 군대가 좋은 점이 많다면 군필자들의 삶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거나 흔히 말하는 경제적 사회적 성공률이 군필자들에게 높게 나타나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그러한 깨달음이나 배움들은 대부분 인생을 살아가며 사회 속에서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것들이 아닌가? 그리고 군대에 있으면 오히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무의미하고 불쾌한 일들을 겪게 되지 않는가?(악습, 권위에 대한 복종, 몸이 망가지는 고된 훈련들, 자유에 대한 억압 등...)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의 연장선의 끝에는 앞서 나열안 배움들이 군생활을 되돌아 봤을 때 군생활을 의미있었던 경험으로 포장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의경으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군복무를 마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내가 이 사실을 자위할 생각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른 형태의 군복무인 육군, 공군, 해군 등과 동일한 수준의 인정과 격려를 받고싶어서도 아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짧은 20대의 황금같은 2년을 자유가 강탈당한 채 허비하는 것에 대한, 군대에서 파릇파릇한 청춘들이 2년동안 썩어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요즘들어 사회에서 남녀 성갈등이 심화되면서 군대에 대한 비하와 조롱이 많이 보이는데 그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군대가 편하고 좋아져도 그 과정이 지난하고 힘든것은 사실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군대라는 사회만의 그 조직만의 어려움과 고충이 있다. 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대한민국 남자의 희생은 복무 형태와 업무 강도를 막론하고 인정해줘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군대 편하잖아~ 엄살피우지 말고 갔다와~', '2년간 요양한다고 생각해.', '요즘 군대 캠프아니야?'와 같은 말들에 슬픔을 느낀다. 아무리 그것들이 장난으로 던지는 말들이라고 해도 말이다. 특히, 군대라는 위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사회에 유난히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신체적 힘듦을 떠나 그 속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채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에게는 지옥과 같을 것이다.


 예전에 유뷰트에서 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미국에서 군인들이 사회 속 마트에서 소핑을 하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의 미국 국민들의 군인들에 대한 반응에 대한 영상이었다. 사람들은 국인들이 나라를 지켜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진심으로 표한다. 그리고 군인들은 이러한 국민들의 인정에 대해 역시 감사함을 가지고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매우 다르다. 물론 미국은 모병제로 미군은 직업군인이라지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는 건 모병제와 징병제를 막론하고 똑같은 사실이다.

 

 이렇게 사회 속 인식과 인정이 다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20대 건장한 꿈 많고 의지있는 남성들이 2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군대에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하지만 이런 대한민국 군인들에게 좋은 환경과 인간다운 대우를 해주고 노력과 희생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는 못할 망정, 사회마저 인정해주지 않고 무시한다면 '군대'라는 것은 부정적인 대상으로 남을 수 밖에 없고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청년들이나 국방의 의무를 다한 전역자들의 군대에서의 기억은 후회와 안타까움으로만 가득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인 갈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남성들이 군대를 다녀오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어린이들, 학생들, 여자들이 있다면 다음 질문에 대해 대답해 보기를 바란다.


 '당신은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하고싶은 것 먹고싶은 것 자고싶은 것 모두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상처받고 피폐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진다면 그에 대한 보상도 한달 30만원 40만원 돈에 불과하다면 몸이 건강하다는 이유로 이 한 몸 바쳐 나라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가?'


 흔쾌히 대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사회에서 친구, 지인들은 해외여행을 가고 어학연수를 가고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여러 자기계발을 하고 취업을 한다. 다 떠나서 그 기간동안 연애라도 한다. 당신은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는 일들을 보며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겠는가? 


 어쩌면 상대적 박탈감이 사회와 단절되어있다는 생각이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래서 군대안에서 더 열심히 살았고 그렇게라고 남는 것이 깨달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국방의 의무를 다한 대한민국 20대 남성들의 수고로움의 크기를 떠나 그들이 군대속에서 보낸 시간들과 땀이 절대 폄하되거나 조롱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리고 급진적인 페미니즘을 가진 여성이 이 글을 보고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지. 몸 건강하잖아. 여자들은 임신하잖아. 여자들도 여자들 나름대로 희생하는 것들이 많잖아.'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은 비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의 절대적인 가치, 이 하나만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지 그러한 논쟁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군대에서 보낸 시간들과 노력, 수고로움이 비교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이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슬프다. 이 얼마나 사회에서는 이를 까내리고 인정해주지 않고 싶은 걸까? 긍정적인 인식까지도 말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국방의 의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확산되고 서로를 격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국방부에서 만든 고마워요우리국군 경례 캠페인 영상링크를 첨부한다. 보고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흐뭇해지는 영상이다.

https://www.facebook.com/MNDKOR/videos/149497484722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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