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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주제별 시

마음이 따뜻해지는 크리스마스 시, 성탄시 모음 _ 박목월 나태주 이해인 이홍섭 홍수희 김시태 이채 시 모음

by MrPaver 2019. 12. 25.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 관련 시들을 모아봤습니다.
박목월 시인, 이채 시인, 나태주 시인, 김시태 시인, 이해인 수녀, 이홍섭 시인, 홍수희 시인 의 시입니다.

 크리스마스 성탄절에 아름다운 성탄시들을 읽고 따뜻하게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크리스마스 성탄 시 1>

메리 크리스마스

박목월

크리스마스 카드에
눈이 왔다

유리창을 동그랗게 문질러 놓고
오누이가
기다린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네 개의 샛파란 눈동자
네 개의 샛파란 눈동자

참말로 눈이 왔다
유리창을 동그랗게 문질러 놓고
오누이가
기다린다, 누굴 기다릴까

네 개의 까만 눈동자
네 개의 까만 눈동자

그런 날에
외딴 집 굴뚝에는
감실감실 금빛 연기
감실감실 보랏빛 연기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성탄 시 2>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위한 사랑의 기도

이채


성탄의 종소리

온 누리의 축복으로 울려 퍼질 때

미움과 미움은

용서의 강물로 흐르게 하시고

마음과 마음은

기쁨의 합창으로 메아리치게 하소서


하늘의 은총

지상의 눈꽃으로 피어날 때

욕심과 불만은

눈처럼 하얗게, 가볍게 하시고

행복과 행복이

감사의 꽃으로 찬란하게 하소서


평화의 메시지

온 누리의 숭고한 빛으로 은혜로울 때

스스로 비우고 낮아지는

겸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비로소 화합으로 하나 되는 세상

사랑과 사랑으로 가슴 벅찬 희망이게 하소서

 

 

<크리스마스 성탄 시 3>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태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크리스마스 성탄 시 4>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김시태

 

너무 많은 걸 잃었습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어머니,

그 개구쟁이들,

그들을 도로 돌려 주소서.

조그만 카드 속에 돌려 주소서.

첫아이 보았을 때 기도 그리던

그 아빠와 엄마도 돌려 주소서.

아이들과 손잡고 이야기하며

성당을 찾던 그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한번 더 그 종소리 듣게 하시고

눈 나리는 아침을 걷게 하소서.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소서.

 

<크리스마스 성탄 시 5>

성탄 편지

이해인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가 드릴 성탄 선물은
오래 전부터
가슴에 별이 되어 박힌 예수님의 사랑
그 사랑 안에 꽃피고 열매 맺은
우정의 기쁨과 평화인 것을.

슬픈 이를 위로하고
미운 이를 용서하며
우리 모두 누군가의 집이 되어
등불을 밝히고 싶은 성탄절
잊었던 이름들을 기억하고
먼데 있는 이들을
가까이 불러들이며 문을 엽니다.

죄가 많아 숨고 싶은
우리의 가난한 부끄러움도
기도로 봉헌하며
하얀 성탄을 맞이해야겠지요?

자연의 파괴로 앓고 있는 지구와
구원을 갈망하는 인류에게
구세주로 오시는 예수님을
우리 다시 그대에게 드립니다.

일상의 삶 안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주님의 뜻을
우리도 성모님처럼
겸손히 받아 안기로 해요.
그동안 못다 부른 감사의 노래를
함께 부르기로 해요.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아기예수의 탄생과 함께
갓 태어난 기쁨과 희망이
제가 그대에게 드리는
아름다운 새해 선물인 것을….

 

 

<크리스마스 성탄 시 6>

성탄절을 앞두고

박목월

이른 새벽에 일어나
내외가
돋보기를 서로 빌려가며
성경을 읽었다.
눈이 오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마태복음 1장 2장
읽을수록
그 신비
그 은총
너무나 감사해요.
아멘.
그리스도의 탄생 안에서
우리는 거듭나고
차분한 마음으로
성경을 읽었다.
이 연령에
범죄할 리 없을 것 같다.
그럴수록 남은 여생을
얼룩없이 살기를 다짐하며
우리들의 앞길에도
순결한 축복의 눈이 쌓이고
깨끗하기를 간구한다.
벌써 크리스마스가 가까왔군요.
그렇군.
올해 성탄절에는 성가대에 끼어
우리도 큰 소리로
구주 예수 오셨네를 부르며
골목을 누벼볼까요.
함박눈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성탄절 새벽의
견건한 아침 공기가
방 안에 서려왔다.

 

 

<크리스마스 성탄 시 7>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홍섭

소리도 없이 내리는 눈이

사철나무 가지를

뚝 뚝 부러뜨리고 있다

눈은 내리는데

눈은 쌓여만 가는데

지금 저 먼데서

내가 아는 한 사람이 몹시 아프고

그 사람은 지금

내가 설원을 건너

푸른 심줄이 돋아나는 그의 이마를 짚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하지만 나는 지금

창 너머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그냥 바라만 보고 섰는 것이다

눈은 나리는데

눈은 쌓여만 가는데

어디선가 사철나무 가지는

뚝 뚝 부러지고

 

 

<크리스마스 성탄 시 8>

크리스마스 이브

 

홍수희


때는 늦은 밤, 창문을 열어보니
아파트 숲에 별이 총총 떴네
차디차게 얼어붙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총총 불을 켠 그 창문들
하나하나 성탄 트리의 꼬마전구네
아파트 숲 그대로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됐네
때로는 쓸쓸함이 그리움이 되고
때로는 그 쓸쓸함이 위로가 될 때가 있네
그대와 나의 쓸쓸함이 전선電線을 이어
꼬마전구에 불을 밝히네
우리 함께 깨어 쓸쓸한 희망 지키네
이 쓸쓸한 시대, 이 쓸쓸한 겨울,
빙판 위에 얼어죽을 것만 같은
오직 낮은 데만 임하시는 아기별 하나
길바닥에 동사凍死하지 않으시도록
꼬마전구 잠 못 들고 깜박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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